오랜만에 셋이 일이 없는 날이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익숙해 졌다가도 휴일이면 다시 늦잠을 자고 게이름을 피우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아침을 일찍 먹고, 번다버그 근교로 놀러를 가보기로 했다.
시드니를 걸었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차를 타고 번다버그를 벗어나, 세븐틴세븐티(Town of 1770)로 가보기로 했다.
번다버그에서 약 130km 정도 거리에 있엇고, 차로는 약 1시간 30분 거리었다.
같은 백패커스에서 만난 런던 친구가 소개를 해줬는데, 바다가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많이 멀지 않고 번다버그와는 또 다른 멋이 있을 것 같아 가는 동안 많이 설레었다.
시드니에서 번다버그로 오면서, 우측핸들, 좌측차로 운전이 익숙해졌다.
깜박이도, 와이퍼도 헷갈리지 않고 잘 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운전은 전방을 주시하고 상대편 차량과 인도의 사람을 주의하면서 운전했다.
호주의 운전자들은 신호가 없어도, 횡단보도가 없어도 사람이 차도로 나오면 무조건 정리를 하고 보행자를 우선시해줬다.
그리고 시내를 벗어나면 회전 로터리가 많이 있는데, 로터리에 차가 1대라도 있으면, 그 차가 빠져나가기 전에 다른 차가 진입하는 일은 없었다.
이러한 양보 운전, 보호운전이 한국에서 운전하는 나로서는 충격적이기도 했고 참 따뜻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양보운전을 하고 보행자를 보호하는 운전을 하고는 있지만, 운전을 하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본다.
나는 운전을 할 때면 호주에서 운전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 항상 방어운저과 보호운전을 하려 애를 쓴다.
오랫 동안 간직하고 싶은 내 운전 습관이자 추억이다.
세븐틴세븐티는 번다버그 보다는 큰 도시었다.
바다가 근처에 있고 연중 온화한 날씨 덕에 꽤나 유명한 관광지었다.
도시를 거닐면서 사진을 찍었다.
야자수 나무들 사이로 낮고 오래된 건물이 많아 여유로우면서도 고즈넉한 멋을 느낄 수 있었다.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하늘과 바다가 모두 파랗고 맑아서 기분이 참 좋았다.
바다조망은 언제 만나도 기분이 좋고 가슴이 툭 트이는 듯해서 반가웠다.
친구들과 저 외나무를 같이 건너기도 하고 앉아서 바다를 전망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함께 나누었다.
얕은 바다에서 꼬마 낚시꾼이 줄낚시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신기해 하면 뒤에서 말 없이 고기 잡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유롭기도 했고 멋있기도 했다.
모래에 앉아서 장난을 쳤다.
지나 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봤다면 퀴어로 오해했을지도 모르지만, 맹세코 우리는 그런 친구들은 아니다.
단지 우정으로 한번 그려 봤을 뿐이다.
마지막에 친구들과 점프샷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다시 갈 수 있을까?
Town of 1770
200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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