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을 나와서 다시 파리의 거리를 걸었다.
늦기 전에 한 곳을 더 둘러보기 위해 다음 목적지로 부지런히 이동을 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한국의 기아자동차를 만났다.
차 이름이 씨드Ceed로 보였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차량이었다.
그래도 기아 로고를 보니 많이 반가웠다.
프랑스에 왔으니, 프랑스 물을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에비앙(evian)을 사서 여행을 하면서 수시로 마셨다.
유럽에서도 에비앙은 고급 생수로 브랜딩이 되어 있어서 가격도 꽤나 비싼 편인데,
그래도 한국 보다는 많이 저렴했다.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카페에 앉아 파리의 늦은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나도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 휴식도 취하고 우연히 파리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다음 목적시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 박물관을 갔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미술관에 가보고 싶었다.
조르주 퐁피두 센터 Le Centre Georges Pompidou
이름은 센터(Centre)지만,
현대 미술관으로 더 유명한 퐁피두 센터였다.
본래 오늘 아침 일찍 퐁피두를 들렸다가 점심쯤 루브르 박물관을 가려고 일정을 그렇게 짰었는데
어제저녁에 곰곰이 생각해서 루브르 박물관에 먼저 가기로 일정을 급히 변경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루브르를 먼저 들렸던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보는데 예상보다 시간을 훨씬 더 필요로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퐁피두를 보는 지금 심적으로 조금 편안한 감이 있었다.
퐁피두 센터 Le Centre Pompidou
파리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진 미술관 겸 도서관으로,
정식 명칙은 조르쥐 퐁피두 센터(Le Centre Georges Pompidou)다.
건물 내에 있어야 할 계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전기 배선, 상하수도 등이 모두 건물 밖으로 나와 있어
외관이 재미있고 독특한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리차드 로저(Richard Rogers)와 랑조 피아노(Renzo Piano)가 1977년에 완공했다.
드골 장군 다음에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퐁피두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퐁피두 센터라 불린다.
입장료 : 14유로 (약 20,000원) / 미술관입장료로 전망대 관람 가능
관람시간 : 오전 11시 00분 ~ 오후 10시 00분 / 매주 화요일과 5월 1일은 휴관
건물 밖으로 나와 있는 파이프에 칠해진 색은 미적인 배려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 구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노란색은 전, 녹색은 수도관, 파란색은 환기구, 빨간색은 엘리베이터를 나타낸다.
센터 내부에는 국립현대미술관(MNAM), 대중정보도서관(BPI), 음악음향조율연구소(Ircam)와 같은 전문 기관과
공연장과 극장, 식당, 카페가 위치해 있다.
나는 현대카드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현대카드가 유럽지역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과 같은 관광지의 무료 입장 혜택을 제공해 줬는데,
퐁피두 센터도 현대카드 덕분에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한국의 현대카드만 보여주면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한국의 신용카드를 얘네들이 알아봐 줄까 의문이었지만, 의외로 카드만 보여주고 쉽고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몽마르트(Montmartre) 언덕과 사크레쾨르 성당(Sacré-Cœur)
로비에서 입장권을 받고, 입장 통로를 따라 건물 외부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로 이동을 해서 5층으로 올라갔다.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했었지만 이어서 내가 퐁피두 센터를 방문한 이유는
박물관, 미술관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파리의 전망을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에펠탑과 몽마르트(몽마르트르) 언덕도 볼 수 있었다.
파리에 높은 언덕이나 산이 없고, 또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이렇게 조금만 높이 올라와도 파리 시내를 멀리까지 전망할 수 있었다.
에펠탑은 지금 이렇게 봐도 파리 시내에 덩그러니 홀로 우뚝 솟은 느낌이 든다.
100여 년 전에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에펠탑 말고도 노트르담 대성당도 볼 수 있었다.
한 번 다녀온 곳이라서 더 익숙했다.
미술관 구경은 뒷전으로 미루고 한참을 파리를 내려다보면서
까까운 곳, 먼 곳, 다시 가까운 곳의 파리를 눈으로 구경했다.
뭔가 속이 탁 틔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미술관 안프로 들어와서 작품들을 감상했다.
현대 미술관이다 보니, 명화를 보는 것과는 다르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보기만 해도 아이디어가 샘솟는 작품들이 많았다.
Thank you, Genius
비둘기와 여인(Femme aux Pigeons, 1930),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바람둥이 피카소에게 일생에 여자가 7명이나 있었지만,
비둘기는 딱 두 마리만 있었다.
하나는 지금 이 그림 속의, 평화와 자유,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실제 비둘기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수와즈 질로’와의 사이에 태어난, 스페인어로 비둘기를 뜻하는 딸 ‘팔로마’였다.
런던과 파리에서 간간히 피카소를 만났는데, 이쯤 되니까 피카소에게 왠지 정이 갔다.
피카소 미술관을 못 가서 좀 아쉬웠는데 그래도 위안이 많이 됐다.
비밀(Confidence, 1934) , 피카소
팔짱을 끼고 턱을 괸 남자와 마주 보고 무릎 꿇고 앉은 여성 사이에 가림막은 ‘비밀’이다.
세레나데(L’auvade, 1942), 피카소
정물화(Nature Morte, 1925), 피카소
누워 있는 나체의 여성(Femme nue couchée, 1936), 피카소
소녀의 초상(Portrait de Jeune Fille, 1914), 피카소
눈은 슬픈데 입은 웃고 있던 소녀의 초상화였다.
피카소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구성을 파괴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피카소라고 배웠다.
할리퀸과 목걸이를 한 여인(Arlequin et Femme au Collier, 1917), 피카소
피카소 그림을 한참을 둘러봤다.
봐도 봐도 뜻을 모두 이해하기 어려웠다.
피카소가 그렸던 100년 전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지는 그림들이었다.
미술관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내 마음을 대변하듯, 이 관람객도 한 그림 앞에서 한참을 턱을 괴고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뜻을 이해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그림에 감명을 받은 것일까.
뒷모습이 의젓하면서도 전문가 다운 모습이었다.
실컷 퐁피두 센터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왔더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까와 달리 퐁피두 앞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그늘을 이불 삼아 깊이 덥고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퐁피두 센터를 바라보며 약간의 내리막 언덕이 있었는데,
그곳에 편하게 앉거나 반쯤 누워서 퐁피두 센터 외관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안으로 들어가 볼 줄만 알았지,
얘네들처럼 밖에서 건물을 바라보거나 관람을 한 적은 없었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관람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어 뭔가 뿌듯한 느낌이었다.
거기에 더해 버스킹 공연도 즐길 수 있었는데,
음악과 퐁피두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도 가방을 등 뒤로 놓고 약간 들어 누워서 하늘과 퐁피두,
그리고 거리의 악사가 불러주는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마지막 남은 퐁피두의 매력까지 모두 흡수하려 했다.
끊이지 않고 몰려드는 사람들
예사롭지 않은 퐁피두의 외관과 5층에서 바라보는 파리 전경,
그리고 피카소의 그림까지,
분명 피카소를 찾는 사람들은 그 매력을 충분히 알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201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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