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야드를 나와서 다시 골목을 걸었다.
닐스 야드보다는 조금 더 큰 골목이었지만, 양쪽에 상가를 마주 보고 가운데 차가 한대 지나갈 듯한, 그리 크지 않은 골목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코벤트 가든에 가보기로 했다.
닐스 야드가 코벤트 가든 북부에 있는 작은 골목이라
지금 걷고 있는 이곳이 모두 코벤트 가든으로 속하는 지역이었다.
정화히는 코벤트 가든에 있는 애플 마켓(Apple Market) 쪽으로 간다고 해야 정확했다.
가늘 길에도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나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줬다.
작은 광장에는 또 작은 탑이 있는데,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서 사람을 기다리고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 옆을 지나가고 싶어졌다.
이곳에서 나 혼자 이방인이고 싶지 않았다.
Come on in, and try our famous
Fish and Chips
영국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피시 앤 칩스
그 본고장, 영국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정엔 피쉬앤 칩스를 먹어보는 일정은 따로 잡지 않았다.
혼자이기도 했고 여행을 가면 맛집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편이다.
영국, 하면 생각나는 향수 브랜드
조말론 Jo Malone
선물로 사달라는 지인의 부탁이 있어서 이곳에 잠시 들러 필요한 제품을 구매했다.
런던에서 조말론 향수를 직접 구매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은근히 재미있고 설레는 일이었다.
코벤트 가든 조말론 매장 앞에 사람들이 거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이번 여행에서 손꼽히는 즐거움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코테 브라스리 Côte Brasserie (Cote Restaurants)
코벤트 가든의 유명한 레스토랑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코벤트 가든의 중심지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코벤트 가든 Covent Garden
지하철 코벤트 가든 역 남쪽에 있는 바닥에 돌이 깔린 광장이다.
이곳이 원래 수도원(Covent)의 채소밭이 있던 자리였기 때문에 코벤트 가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광장의 중앙에 창고처럼 늘어서 있는 붉은 벽돌 건물과 그 가운데 광장은 17세기부터 있던 청과시장의 흔적이다.
광장 주변으로 수제 양복과 액세서리로 유명한
애플 마켓(Apple Market)과
의류, 수공예품, 앤티크 제품으로 유명한
주빌리 마켓이(Jubilee Market) 있다.
옛날에는 채소 ‘밭’이었기 때문에,
작은 정원(Garden)이 아니라 작은 마을과 같은 넓이를 가진 공간이다.
디슘 Dishoom도 코벤트 가든에서 유명한 식당이다.
런던에서 인기 있는 인디언 레스토랑 체인점인데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웨이팅이 길게 있는 모습이 인기를 실감 나게 했다.
혼자 들어가서 먹을 자신은 없고,
또 혼자 먹었다가는 큰 민폐가 될 것도 같아서 그냥 외관만 구경을 했다.
어찌 보면 스타벅스도 유명한 맛집이라 할 수 있을 곳 같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벅스 StarBucks Coffee
아는 맛이 무섭다고, 사실 앞서 봤던 그런 맛집 보다 스타벅스의 커피가 더 마시고 싶어졌다.
드디어 코벤트 가든의 메인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은 생각보다 크고 넓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었고 또 공연도 구경하고 있었는데도 공간은 충분히 넓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광장을 보니 정말 코벤트 가든에 온 것 같았다.
오래된 시장의 느낌이, 오늘 아침에 봤던 버로우 마켓(Borough Market)과는 또 다른 멋이 있었다.
[국외여행/영국 United Kingdom] – [영국(5)] 버로우 마켓 Borough Market
야외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나도 가까이 가서 구경을 했다.
외발 자전거를 타고 묘기를 부리며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대단한 재주를 볼 수 있었던 거리 공연이었다.
여행을 가면 이런 거리의 악사와 공연가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낯선 곳에서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광장 바로 뒤쪽으로는 애플 마켓(Apple Market)이 이어졌다.
하늘에 유리로 돔을 만들고, 골목을 시장으로 만들어뒀다.
다양한 액세서리가 유명한 애플 마켓인데,
여러 골동품도 볼 수 있었고,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을 만져보고 골라보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골목 안에서 또 유명한 브랜드 상점을 볼 수 있었는데
보습 핸드로션으로 유명한 브랜드
록시땅 L’OCCITANE
록시땅의 대표 색인 노란색으로 인테리어를 해둔 모습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아는 브랜드가 보이니 괜스레 반가웠다.
애플 마켓을 지나 반대편으로 나가니
또 다른 작은 광장이 나타났다.
그곳에서는 또 다른 거리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 재미있고 웃긴 공연가였다.
벽돌 모양의 박스를 하나하나 쌓더니 그것을 얼굴 위로 올려 중심을 잡아가는 게 신기했다.
또 한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연을 재밌게 봤다.
종이벽돌 공연을 보고 있는데,
시장 안쪽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서 다시 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코벤트 가든 광장 안쪽으로는 지하 1층을 다시 광장으로 만들어서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저기 끝쪽에서 셔츠를 입은 신사가
이탈리아의 나폴리 민요(Italy Naples / Napoli / Canzone Napoletana / 칸초네 나폴레타나),
오 솔레미오(O Sole Mio)를 맛깔나게 부르고 있었다.
이어서 You raise me up도 성악 버전으로 불러주셨는데,
중간중간 관객과 호흡도 하고, 꽃도 나눠주면서 즐겁게 노래를 불러주셨다.
노래란 자고로 흥이 돋아야 한다.
이 장관을 영상으로 찍었는데, 나의 실수로 음성이 제대로 녹음되지 못했다.
가져간 캠을 백지 수중케이스에 끼워두는 바람에,
케이스를 벗기지 않은 채로 촬영하면서 소리가 제대로 녹음되지 않았다.
노래 너무 잘했는데, 목소리 너무 멋졌는데,
너무나도 아쉽다.
[아래 동영상은 잡음이 너무 심합니다. 예민하신 분들은 영상을 틀지 말아주세요!]
오솔레미오
그리고 You raise me up.
코벤트 가든,
다시 런던을 간다면 다시 꼭 들러보고 싶은 곳.
쇼핑도 좋고 휴식도 좋고, 음악 감상으로도 참 좋을 곳이었다.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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