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5일, 한국에서 영화 도둑들이 개봉했다.
나는 극장에서 참 재밌게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찾아보는 영화 중 한 편이다.
홍콩을 여행하는 8월 중순, 홍콩의 시내에서 영화 도둑들이 개봉한다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홍콩과 마카오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었는데,
홍콩 사람들에게도 영화가 재밌게 느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9월 6일이면 다 다음 주 개봉이다.
센트럴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차도 사람도, 홍콩을 말해주는 풍경들이다.
홍콩섬을 떠나 침사추이로 이동하기로 했다.
배를 타기 딱 좋은 날씨였다.
소호 골목에서 샀던 복숭아를 페리에 앉아서 먹었다.
복숭아 하나를 먹을 시간에 페리는 홍콩섬에서 침사추이로 나를 실어 날랐다.
여전히 페리는 관광객에게는 풍경을 감상하는 명소다.
몇 번을 봐도 참 멋진 풍경이다.
그리고 운치도 있다.
흔들흔들 흔들리는 페리에서는 풍경도 흔들흔들 흔들거린다.
페리는 사방이 개방되어 있다.
개방된 창문으로 파도에 햇살이 부셔서 넘어왔다.
홍콩에 다시 해가 지고 있었다.
홍콩에서는 공차보다 유명한 곳이 허유산이었다.
하지만 나는 허유산 보다는 공차였다.
홍콩은 명품이 넘쳐났다.
한 건물 건너 한 건물이 아니라,
한 건물 옆에 명품 건물이다.
명품 건물은 인테리어도 명품이다.
보기에도 고급지다.
명품은 명품이다
에르메스 매장에는 긴 줄이 있었다.
들어갈 엄두도 내지 않았다.
루이비통 매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관광객일까?
현지인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사려는 걸까?
명품이 왜 비싸냐 하면,
이렇게 비싼 땅에 넓은 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명품 샵들만 이렇게 연달아 보고 있자니
명품이 참 흔해 보였다.
내것은 없지만 그래도 흔해 보였다.
이렇게 명품 거리를 걸으면서도 매장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다.
젊은 층을 겨냥한 엠포리오 아르마니
로고가 다 했다.
전광판에 반대편 주윤발이 반사되어 보였다.
마카오를 들렸다 페리를 타고 홍콩에 도착해서 내렸던 곳이다.
홍콩 구룡반도에는 이렇게 명품 거리가 길게 이어져 있다.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지만, 홍콩 현지인들도 많이 지나가고 있었다.
교통의 요충지이고 유명 관광지였다.
부산 남포동에도 지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육포 매장, 비첸향이다.
본토에 와서 만나니 다시 반가웠다.
간판에 한글이 눈에 띄었다.
선물로 많이들 사나 보다 싶었다.
한참을 걷다가 저녁을 먹으러 왔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식사였다.
거창한 것을 먹을까도 했지만,
누구보다 홍콩 서민의 메뉴를 먹어 보고 싶었다.
우리네 삼계탕, 닭 수프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영어로 된 메뉴를 보고 감으로 시켰는데, 삼계탕 같은 맛이 나서 나쁘지 않았다.
홍콩 향이 나는 향신료로 볶은 볶음밥
중식 볶음밥에 홍콩 특유의 향을 넣어 만든 것 같았다.
맛있었다.
내 홍콩 여행을 같이 했던 갤럭시 S2
스마트폰 덕분에 여행이 참 편해졌다.
세상이, 여행이 점점 편해지고 있었다.
메뉴 Bill에는 주문한 메뉴가 적혀 있지 않았다.
너무 바쁜 나머지, 메뉴를 일일이 적기보다, 테이블 번호로만 구분을 하는 듯했다.
이런 간판만 봐도 여기가 홍콩이란 것을 알 수 있듯,
이 사진을 보고 언젠가는 홍콩이었다는 것을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이제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기러 다시 길을 걸었다.
201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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