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피크를 트램을 타고 내려와서 이어진 소호거리를 걷기로 했다.
홍콩에 온 첫날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소호를 거닐었지만,
천천히 걸으면서 소호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눈앞에 홍콩 투어버스가 있었다.
하지만 버스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걷기로 했다.
날씨가 많이 더웠다.
하지만 오늘 밤이면 홍콩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더 컸다.
길을 내려가지 않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소호로 접어들었다.
피크 트램 승강장에서 소호가 이어져 있었다.
거리를 걷다 보니 첫날 소호에 왔을 때 들렸던 수제버거집이 보였다.
이제는 두 번째 들리는 집이라 단골집 같았다.
바로 앞에 있는 타이청 베이커리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오늘은 에그타르트를 먹지 않았다.
대신 한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가게를 들렸다 나오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미드레벨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었다.
당장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이 길고 높은 길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보였다.
여행은 이렇게 걸어야 하는 것이었다.
타이청 베이커리와 쌍벽을 이루는 키와 베이커리도 들렸다.
타이청이 에그타르트로 유명하다면 키와는 쿠키로 유명했다.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들어와 있었다.
선물용으로 사기 좋은 쿠키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미드레벨을 이용하지 않고 골목골목을 찾아가며 걸어서 언덕을 내려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는 몰랐는데 많은 사람들이 골목을 다니고 있었다.
골목을 걷고 걷다가 큰길로 내려왔다.
트램과 버스와 승용차와 사람들이 하나도 부딪히지 않고 잘도 피해서 자기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상류행이었다.
그냥 지나가려다 다시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엄밀히 말하면, 에스컬레이터보다는 무빙워크에 가깝다.
계단식의 에스컬레이터도 간간히 만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평지를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다.
가게 인테리어와 색이 참 맘에 들었다.
타코 집 같았다.
타코 소자에 코로나 한병이요 !
골목을 오르는데 벽화도 참 멋있게 그려놨다.
누가 봐도 멕시코 레스토랑이다.
타코를 옆으로 끼고 천천히 소호거리를 올라갔다.
요크셔 푸딩 Yorkshire Pudding
이름만 푸딩이지,
소호에서 유명한 펍이다.
오늘은 저녁에 비행기를 타야 해서
낮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가파른 길을 가로로 이렇게 평지가 산 허리를 둘러서 길게 이어져 있다.
이런 길이 나타날 때마다 색다른 풍경에 놀라곤 한다.
대낮부터 펍에서 낮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소호가 왜 소호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누가 봐도 소호에 있는 와인바 혹은 펍 같아 보인다.
간판이 맘에 들었다.
소호의 골목이 이렇게 매력적이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롭다.
가장 서민적이면서도 고급진 곳이 소호인 것 같다.
타이 레스토랑
소호에 있는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는 모두 특색이 있었다.
어디 하나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관광객을 유혹했다.
이름이 참 멋있다.
불사조
나는 이런 가게가 참 맘에 든다.
편하게 들려서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공간
여행 마지막이 되니 이런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소호를 가면서도 이정표를 자주 만났다.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지만 길을 잃지는 않았다.
그리고 길을 잃어도 좋을 곳이었다.
색이 참 이쁜 레스토랑이었다.
들리지 못하고 가는 게 아쉬울 만큼
코너를 돌았을 때 숨어 있는 바를 찾으면 갑자기 신이 나기도 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어도 좋은 그런 펍이었다.
골목을 내려오는데 과일이 참 맛있게 열려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복숭아를 한 봉지 샀다.
싱싱하니 맛있어 보였다.
남은 소호 거리를 걸어 내려오며 복숭아 하나를 먹었다.
정육점은 어딜 가도 붉은색의 조명을 쓴다.
고기를 더욱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서란다.
야채가게는 조명을 쓰지 않아도 참 푸르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야채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굳이 맛을 보지는 않았다.
골목에는 꽃집도 있었다.
마침 손님이 꽃을 사려고 얘기 중이길래 조금 기다렸다가 어떤 꽃을 사는지 지켜봤다.
꽃이 활짝 핀 꽃다발을 손에 쥐고는 한참을 지켜보더라.
저 꽃은 누구를 주기 위한 꽃다발일까
아직 채 피지 않은 꽃다발을 사 가더라.
작은 마트가 보이길래 물을 사기 위해 들렸다.
싱싱하고 저렴한 용과가 우리를 맞았다.
보기에는 저래도, 참 시큼하고 맛이 있는 용과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차를 마시는 홍콩에서는
냉장고에 있는 물은 구할 수 없다.
팔팔 끓이지 않은 물을 만난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었다.
한국에는 팔지 않는 라뮤네도 있었다.
일본에서 파는 사이다 같은 맛의 음료수인데,
입구에 구슬이 박혀 있어서 음료를 딸 때도, 마실 때도 재미가 있는 음료수이다.
그리고 달고 맛이 있는데 아쉽게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다.
소호를 다 내려왔다.
내르막이지만 천천히 골목을 구경하고 내려오니 시간이 꽤 흘렀다.
소호를 이렇게 샅샅이 훑게 될지는 몰랐다.
그래도 소호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본 것 같아서 좋았다.
아마 쌀국수 집인 것 같다.
나는 이런 인테리어와 느낌의 집이 참 좋다.
손님이 많지 않아서 내가 다 아쉬웠다.
가게를 스쳐가며 다음 목적지로 걸음을 옮겼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널 참이었다.
201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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