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눈 앞에 펼쳐진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이 모든 게 거짓이었으면 했다.
밤 사이 집에 도둑이 들어 노트북과 핸드폰, 그리고 지갑까지 모두 다 가져가버렸다.
방에는 건장한 남자 셋이 잠을 자고 있었지만,
도둑들은 아랑곳 않고 고요히 숨어들어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훔쳐갔다.
호주 온지 두 달이 채 되기 전에 호주가 한국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도둑, 혹은 도둑들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까치발을 들었을 것이다.
몸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여기저기 뒤지는 것보다 책상 위에 놓인 물건들만을 챙겨 달아났는데,
운수 좋게도, 책상위에는 돈이 되는 노트북과 MP3플레이어, 그리고 현금이 든 지갑이 놓여있었다.
짧게 머물면서도 많은 이득이 있었을 것이다.
내 옆에서 잠을 자던 친구는 귀에 이어폰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
이어폰 끝에서 음악을 연주해야 했던 MP3플레이어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작년 12월에 시드니에 들어와 2주가량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 두 달 먼저 시드니에 와 있던 친구가 일하는 일식 레스토랑에 소개를 받아 일 한지 한 달 정도가 됐다.
일이 고되고 긴 시간 일을 해야 해서 집에 돌아오면 깨지 않을 깊은 잠이 들고는 했다.
그리고 한국처럼,안전할 것이라는 당연한 자신감으로방문을 잠그지 않고 자고는 했었다.
돈을 아낀다고 아파트가 아니라 뒷들이 훤히 열려 있는 주택에,
그것도 방 하나를 쉐어해서 남자 세 명이서 같이 사용했었는데,
도둑들은 이런 우리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방에 들어와 이기를 챙겨 달아났다.
한국 남자들이 군필자라는 것은 알고는 있었을까.
나에게 가장 아까운 것은 사진을 저장해 두던 노트북과 호주 오기 직전에 샀던 모토로라 레이저 핸드폰이었다.
차곡차곡 폴더를 나눠 정리해둿던 사진과 추억이 사라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핸드폰을 특별히 구매해서 사용했었는데
고 녀석 얼마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도난을 당했다.
정신을 차리고,오전 shift근무를 위해 레스토랑에 출근을 해야 했다.
급하게 오전 일을 마쳐 놓고 시드니 시내를 걸어다니며 놀란 가슴을 추스르려 했다.
무엇을 먼저해야 할지 몰랐지만,
다행이 모두의 여권이 남아 있었고, commonwealth bank에 현금도 일부 있었다.
오전 근무 후에 경찰서에 들러 초등영어로 도둑이 들었다고 신고를 했지만,
한국처럼 CCTV도 많지 않고 보여 줄 증가가 너무 부족했다.
늑대가 나타난게 아니라 도둑이 나타났다고 표현은 했지만,
그래서 CSI를 불러 지문 감식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경찰관은 없었다.
저 멀리 한국에서 온 이방인 세 명이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다시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Sydney를 다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했다.
우선은 한국에 있는 가족과 연락을 위해, 그리고 혹시나 모를 안전에 대비해 핸드폰을 새롭게 구매했다.
그리고 학생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핑계으로,가장 저렴한 도시바 노트북을 다시 구매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는 도둑이 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걱정하실 게 당연했다.
그리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 이 집을 떠날 준비를 했다.
도둑을 근거로 서큐리티가 확실한 아파트로 가자고 친구들에게 얘기했다.
몇 번의 논의, 논쟁, 언쟁이 있었지만 우리는 안전을 선택하기로 했다.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야 했다.
여름이 막바지었지만,
실컷 더웠다.
200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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