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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맥주거리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다시 3일 동안 묵었던 호텔, 하노이 아미호텔로 돌아왔다.
낮에 호텔 체크아웃을 할때 잠시 맡겨뒀던 짐을 찾아 공항으로 가야 했다.
짐을 찾기 위해 다시 호텔을 찾았을 때,
이대로 여행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처음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처럼 다시 여행이 시작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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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아미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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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가를 받아 방문한 하노이 여행, 하노이 휴가
아쉬운 마음에도 이렇게 여행이 끝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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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앞에서 그랩을 불러 공항까지 이동했다.
처음 하노이에 왔을 때는 공항버스를 이용했었는데 조금이라도 하노이에 더 머물고 싶었던 맘에 돌아가는 길에는 일부러 늦장을 부렸다.
다행히 저녁이라 도로에 오토바이와 차가 많지 않아 그랩으로 공항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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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비행기 상황을 확인했다.
국제선 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의식 같은 루틴이었다.
비행기가 정상 운영이 가능한지, 티켓팅이 가능한 카운터는 어디인지를 가장 먼저 확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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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행기는
다음 날 새벽 1시 정각에 하노이를 출발해서 대한민국 부산으로 가는
비엣젯항공(Vietjet Air) VJ982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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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이 부산인 것은 맞지만, 지금 생활하는 곳은 서울이다.
서울로 바로 가지 않고 부산으로 가는 이유는
처음 하노이 여행을 계획할 때 인천(서울)-하노이 왕복으로 자렴한 항공권이 없었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부산으로 정하고, 부산에서 다시 비행기로 서울로 이동해도 충분히 가격이 저렴해서 그렇게 여정을 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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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젯항공에게 부여된 D카운터에서 짐을 부치고 내가 탈 비행기의 티켓을 받았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선배는, 나와 다른 일정으로 하노이를 찾았기 때문에 돌아가는 비행편도 나와 달랐다.
선배는 베트남항공을 이용했는데, 그래도 나와 같은 새벽 1시에 부산으로 가는 일정과 목적지가 같았다.
우리는 부산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각자의 비행기의 티켓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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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지만, 저녁에도 국제선 공항인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 줄 알았다.
그래서 서둘러 공항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카운터는 널널했고, 나와 선배가 각자 티켓팅을 해야 했음에도 크게 혼란스럽지 않게, 그리고 빠르게 티켓팅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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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장에는 비행기를 타러가는 사람들이 조금 몰리기는 했지만 일반 국제공항의 출국장과 비교한다면 여기도 많이 복잡하지 않았다.
나는 티켓팅을 하고 나면 빠르게 출국장을 지나 심사를 마치고 게이트 앞으로 가야 맘이 놓이는 편이다.
그래서 특별히 공항 구경은 하지 않고 빠르게 게이트를 찾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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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항을 이용하는 묘미 중 하나는 면세점을 이용하는 것일테다.
게이트를 가는 길에 여러 면세점이 보였는데
늦은 밤이라 일부는 문을 닫고 장사를 하지 않았지만, 또 일부는 늦은 시간까지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딱히 살건 없어서 눈으로 구경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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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용하는 비엣젯항공이 베트남의 저가 항공사였기 때문에 기내식이 없기도 했지만,
밤 새 비행기를 타면 허기가 질 수 있으니 선배가 간단히 식사를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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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다행히 쌀국수 식당이 장사를 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쌀국수를 한그릇 주문해서 먹었다.
하노이 여행의 시작과 끝을 쌀국수로 할 수 있어서, 맛도 맛이지만 나에게는 참 의미 있는 식사 시간이었다.
쌀국수를 먹는 동안 3박 4일 간의 여행이 주마등처럼 스처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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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가 달랐던 선배와 나
쌀국수를 야무지게 챙겨먹고 그렇게 각자의 비행기를 위해 잠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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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지인들에게 줄 선물이 하나도 없었다.
선물을 챙기지 않는다고 뭐라할 지인들도 아니지만 그래도 하노에 왔으니 베트남에서 유명한 커피라도 선물하자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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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게이트 앞에 기념품 가게가 있었는데 거기서 커피를 몇개 구입했다.
그런데 직원은 영어가 조금 서툴렀고 나는 베트남어를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한국어가 조금 통해서 의사소통이 가능했는데
준비해간 베트남 현금이 없고, 하나은행 트래블로그 체크카드에도 들어 있던 베트남동이 거의 없어 추가로 환전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으니
직원이 그런 내 상황을 눈치채고 한국돈도 사용 가능하다면서, 행여나 내가 떠날까봐 팔을 붙잡고 웃으며 안내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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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원의 친절하고 귀여운 모습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한화로 결제를 하고 선물을 구매했다.
마지막까지 친절했던 베트남 사람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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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고 갈 비행기가 게이트에 정박했다.
정말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그렇게 지연출발, 도착이 많다던 비엣젯항공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갈때도, 올때도 전혀 늦지 않고 정해진 시간을 잘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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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이트 앞에서 어정쩡히 있다가 게이트 문이 열리고 우연히 가장 먼저 비행기로 가는 브릿지에 오를 수 있었다.
내 앞 직원이 나를 에스코트까지 하며 비행기로 안내해 줬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기도 해서 기분이 참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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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비행기에 올라 나를 맞이하는 승무원의 환대를 받았다.
승객이 아무도 없는 비행기에 가장 먼저 올라타는 영광이라니,
텅 비어 있는 객석이 참 시원스러우면서도 뭔가 전세기를 탄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분은 곧 뒷따라 온 승객들로 전세기 기분은 번개처럼 사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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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이젠 정말
안녕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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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하늘을 훨훨 날기 시작했을 때
나는 곧 바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그리고는 한참만에 다시 눈을 떴는데, 창 밖으로 멀리 동이 떠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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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처음 싱가포르로 해외여행을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하늘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비행기 창 밖 멀리서 부끄럼 많은 햇살이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던 나를 뜨겁게 비추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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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그렇게 나는 내 고향 부산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의 부산방문은 그 목적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고향이라는 것 때문에, 언제나 부산을 방문하면 나는 맘이 참 편해진다.
풍경, 말투, 그리고 바다 냄새가 나에게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안과 위로를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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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활주로 택싱 이후 게이트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비릿지를 연결하는 동안 조용히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창 밖으로는 옆옆 게이트에 정박하고 있는 베트남항공 비행기 한대가 보였다.
선배가 베트남항공을 이용해 부산으로 오기로 했기 때문에, 혹시나 저 비행기가 선배가 탄 비행기는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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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으로 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할 때, 인천도 그렇지만 김해로 입국을 해도 입국수속이 너무 빨라 참 맘에 든다.
짐이 컨베이어 벨트를 돌아 나오기 전에 이미 한국사람 대부분이 입국 수속을 마치고 각자의 짐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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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짐을 찾고 입국장에서 다시 선배와 만났다.
선배는 나보다 조금 빨리 나와서 휴식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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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비행이 어땠는지 간단한 브리핑이 있고난 후,
선배는 부산에서 지인과 시간을 좀 보내고 집이 있는 경기도로 기차를 타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선배와는 헤어지고, 이어서 국내선을 타러 또 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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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김해공항은 국제선에서 국내선까지는 걸어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캐리어가 있었지만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어렵지 않게 국내선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국내선 연결편을 빠르게 이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잡아 예매를 해뒀다.
부산을 이렇게 빨리 스쳐가야 한다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장기간의 여행으로 빨리 서울에 가서 쉬고 싶은 맘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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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은 제주항공을 이용했다.
게이트에서 브릿지가 연결되지 않아 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가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게이트를 지난 후 1층으로 내려와 비행기까기 걸어서 이동을 했다.
길만 건너면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거리라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걸어서 이동을 했는데
나는 또 이 풍경을 보며 오래 전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일본으로 가던 비행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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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코스트에서 도쿄로 가는 젯스타 Jet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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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브릿지가 아니라 이렇게 직접 걸어서 비행기를 타보고 싶기도 했다.
물론 브릿지로 비행기를 타는게 가장 편하다.
그 다음은 걸어서 가는 것,
하지만 버스로 이동하는 것은 사실 별로 선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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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시간 만에 부산에서 서울로 이동했다.
서울 김포공항에서는 비행기가 브릿지로 바로 연결되어 게이트로 빠르게 나올 수 있었다.
옆 게이트에 에어부산이 정박해 있어서 또 나는 방금 떠나온 부산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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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이동했다.
택시가 잠시 신호를 위해 정차를 했는데, 택시 옆으로 오토바이 한대가 같이 신호를 기다리기 위해 멈춰 선 모습이 보였다.
하노이를 경험하고 보니 한국에서 보는 오토바이가 여사롭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하노이처럼 오토바이가 많지는 않지만
이제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누비는 여러 모습을 보면 나는 또 가끔씩 하노이에서의 시간들이 떠오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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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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