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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톱섬 전망대 투어를 마지막으로
하롱베이 투어에 구성되어 있는 세 가지 체험을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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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톱섬 전망대, 하롱베이의 기가 막힌 전망 구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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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은 끝이 났지만
하롱베이 투어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크루즈를 타고 1시간 정도를 이동해서 하롱베이 선착장으로 이동한 후
다시 버스를 타고 3시간 정도를 달려 하노이로 돌아가는 일정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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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크루즈를 타고 하롱베이 바다를 이동할 때는 두둥실 떠 있는 섬들에 시선이 뺏껴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투어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는 저 멀리 빨갛게 달아 오른 석양이 정면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어
빨갛게 달아 오른 하늘을 구경하느라 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너무 분위기 있고 이쁘고 또 감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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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는 너무나 평화로웠다.
투어는 끝이 났고, 석양이 만들어 내는 붉은 하늘은 우리를 서서히 감성에 빠져들게 했다.
파도가 잔잔해 배는 육지 위를 이동하는 것처럼 큰 흔들림 없이 하롱베이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그런 풍경에 넉을 놓고 있노라면, 주변에서 들리는 재잘재잘 대화 소리가 또 자장가처럼 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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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 앉아 바다와 석양의 풍경만 바라 봤는데도 1시간이 훅 지나가버렸다.
배가 육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
저 먼 바다 밑으로 태양은 종적을 감추었고, 채 사라지지 않은 붉은 석양만이 잠시 하늘에 남아 아쉬운 여운을 남겼다.
일행들은 이 순간마저도 놓치지 않으려고 바삐 핸드폰을 움직여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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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을 위해 이제 2층 야외가 아닌 1층에 내려가 배를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배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자 가이드가 2층으로 올라와 넉을 놓고 놀고 있는 우리를 억지로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투어가 끝나는 여운과 아쉬움으로 배를 내리기 싫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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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즈 배는 처음 우리를 맞이할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선착장에 정박한 후 안전하게 우리를 내려줬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하롱베이에 크루즈 선이 밝은 조명을 내면서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하롱베이에서 1박 2일 투어를 신청할 경우 배 위에서도 1박을 하는 투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배 위에서 하룻 밤을 자는 경험도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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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선착장, 여객 터미널로 돌아왔을 때 저녁 6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터미널에도 노란 조명이 들어와 노란 외벽과 함께 노란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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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모습이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에서 치히로가 아빠와 엄마를 구하고 막 온천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동굴을 지나는 모습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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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가 떠난 간이역처럼
다시 돌아 온 하롱베이 여객 터미널에는 사람이 아무도 머물지 않은 광장 같은 터미널이 되어 있었다.
바닥의 규칙적인 문양이 인상적이었던,
텅텅 빈 하롱베이 여객 터미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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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고 왔던 관광버스가 터미널 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문을 활짝 열어두고 서 있는 모습이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우리 일행에게 귀엽게 투정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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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조금 넘은 시각
모든 일행을 실은 버스가 천천히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
이제 창 밖은 해가 완전히 지고 확실한 어둠이 찾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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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새롭고 또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바다 위를 배를 타고 이동하는 투어 방식이 나에게 꽤나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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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하롱베이를 떠나려고 하니 참 많이 아쉬웠다.
아쉽고 아쉬워서, 또또 아쉽고 아쉽고 아쉬워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창 밖의 풍경을 사진으로 아무렇게나 찍어 기억을 남기려 했다.
어두위서 형체가 잘 보이지 않았
버스가 도심을 벗어나기 위해 힘을 내어 달려가고 있어서 사진은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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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봤던 하롱(Hạ Long) 도심은 인적이 거의 없는 도시었는데
저녁이 되니, 그러거나 말거나 여기저기 조명을 밝게 밝혀 둬서 오히려 낮보다 더 생동감이 느껴지는 도시었다.
실제로 저 조명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투어를 하는 동안 하롱베이를 내가 좋아하게 된 이유에서인지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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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에서 정확히 1시간 30분을 달려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했다.
하롱베이를 출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의 흔들림을 요람 삼아 잠이 들었는데
부산스런 움직임이 느껴져 눈을 뜨니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해 사람들이 버스를 막 내리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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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구경은 또 놓칠 수가 없는 구경이다.
얼른 잠을 깨고 휴게소에 들러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뭔가 차에서 먹을게 있지 않을까 해서 둘러봤는데 딱히 손이 가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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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코코넛 말린 과자를 하나 샀는데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다 먹지 못 해서, 나중에 호텔 체크아웃 할 때 그냥 방에 두고 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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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여객 터미널을 떠난지 정확히 2시간 30분만에 하노이에 다시 돌아왔다.
휴게소를 들린 시간까지 감안하더라도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것 같다.
하롱베이로 갈 때는 3시간이 걸렸는데
돌아 올때는 진주 가공장을 들리지 않아서 오히려 30분 일찍 도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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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일일투어, 진주 가공장 들렀다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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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버스를 탔던 ‘하노이 오페라하우스’가 아니라
조금 더 도심쪽, 그러니까 호안끼엠의 서편에 도착해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교통이나 접근성을 본다면 오페라하우스 보다는 호안끼엠 쪽이 훨씬 더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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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시 인연이 닿았던 싱가포르 가족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는 또 곧장 헤어졌다.
싱가포르 엄마와 아빠는 숙소로 돌아가는 듯했
누나와 동생은 하노이의 저녁을 즐기기 위해 다시 무리 속으로 흩어지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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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나는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를 조금 걸었는데
딱히 맛집을 찾기 보다 바로 옆 길가에 있는 쌀국수집에서 쌀국수를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원래 이렇게 아무렇게나 길을 걷다 만나는 식당이 맛집인 경우가 많은데
하노이의 쌀국수는 어느 식당을 가도 기본 이상은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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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베트남 쌀국수는 정말 국물이 끝내주게 맛있고 면은 야들야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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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을 생각한다면 쉽게 맛 볼 수 없는 맛집이다.
하지만 보기에만 이렇게 보이지 실제로 보면 그릇도, 수저도 굉장히 깨끗하게 잘 관리하는 것 같았다.
나와 선배는 식당의 외관 보다는
현지인 생활 그대로의 베트남과 하노이를 경험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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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쌀국수 Pho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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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방문했던 이곳, 홍 쌀국수(Pho Hong)
하노이에서 오페라 하우스, 호안끼엠 근처를 거닐게 되면 한 번 들러보시기를 추천한다.
쌀국수 참 잘하는 현지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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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린 10월의 하노이는 제법 선선했다.
끝내주는 날씨와 끝내주는 주말, 토요일 밤이었다.
하노이의 젊은이들은 오늘을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호안끼엠 근처로 사람과 오토바이, 그리고 앞으로 전혀 나아갈 수 없어 길 위에 고립된 차량들이 한데 엉켜 도로는 엄청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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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선배는 저 무리에 함께 끼어들 체력과 자신감이 없었다.
저녁을 먹은 후 소화도 시킬겸, 근처 카페 Lakai Cafe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잠시 피신해 있기로 했다.
한 발짝 물러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하노이 저녁을 바라보니 끝 없이 이어지는 인파와 오토바이, 차량 행렬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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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노이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베트남 마시자로 하기로 했다.
커피를 마시며 선배가 수소문해서 후기가 좋은 마사지샵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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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 스파 Midori Spa’
미도리(みどり)는 일본어로 초록색을 뜻한다.
그래서 마사지샵 외관을 초록색으로 꾸며 둔 것 같았다.
큰 길에 있는 샵으로 방문을 했는데, 옆으로 난 좁은 골목길 안으로 우리를 다시 안내해 주셨다.
많은 후기와 인기를 반영하듯, 골목 안으로 똑같은 이름의 체인점으로 보이는 마사지샵이 위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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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예약을 했지만 다행히 2명 예약이 가능했다.
갑자기 찾아간 마사지 샵이었지만 직원분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우리는 타이 마사지(Thai Massage with Oil) 60분을 선택했다.
오늘 하루 종일 투어로 잠시 지쳤지만 마사지로 피곤이 말끔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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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샵을 찾으며 선배에게 들은 얘기지만,
미도리 스파는 맹인 마사지사 분들이 마사지를 해주시는 곳이다.
마시지를 받는 동안에는 여느 마사지 샵 서비스와 비교를 해도 전혀 차이를 느끼지 못할만큼 훌륭한 마사지었다.
피곤이 쌓인 근육과 몸 여러 부위를 아주 정성들여 마사지를 해주셔서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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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다 받고 돌아가는 길
저녁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하노이 사람들이 작은 식당 테이블에 앉아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골목 골목 이런 풍경이 이방인이자 여행자인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특별한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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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받은 후에 몸은 가벼워졌지만 내일 하노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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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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