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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솟 동굴 탐험을 마치고 다시 배를 이용해 근처 섬으로 이동했다.
이번 하롱베이 투어의 마지막 일정인 ‘티톱섬 전망대’를 가볼 차례였다.
티톱섬은 승솟 동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금방 이동할 수 있었는데
천천히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태양이 비스듬히 크루즈선 옆을 때리며 따가운 햇살을 내리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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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톱섬에 도착하니 가장먼저 큰 동상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구 소련의 우주비행사인 셰르만 티톱(Chermann TiTop)의 동상인데,
이 섬 이름을 그의 이름을 따서 티톱섬(Ti Top Island)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뭔가 사연이 있는 인물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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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만 티톱은 1961년, 보스토크 2호를 타고 우주로 나가 지구 궤도를 돌았는데
그 우주비행을 통해 인류 역사상 2번째 우주비행을 하는 우주비행사로 이름을 올렸다.
나이는 26세로 당시 최연소 우주비행사의 기록을 세웠는데
현기증으로 인해 우주에서 구토를 한 최초의 인간이라는 특별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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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을 마친 후 1962년, 셰르만 티톱은 호치민과 함께 이 섬을 방문했
그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이 섬 이름을 티톱섬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지금 보는 이 동상은 그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동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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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 가지는 의미는 잘 알겠으나,
하롱베이라고 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인공적인 조각동상과 특정인에 대한 이름이라니
제 3국에서 관광객으로 이 섬을 찾은 내가 보이게는 썩 어울리지 않은 이름이었다.
대한민국 서해의 어느 섬 이름을 ‘암스트롱’으로 짓는다면 참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을 혼자 해봤다.
물론 나는 암스트롱을 인류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아폴로13호(1995)’ 영화가 늘 순위권에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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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즈에서 내려 섬 해안가를 돌아 아랫쪽으로 이동했다.
선착장 바로 옆에는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백사장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바다수영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백사장 모래가 너무 곱고 또 넓게 펼쳐져 있어 해수욕을 즐기거나 아니면 그냥 백사장에 앉아 쉬기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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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티톱섬 전망대 투어에는 2가지 선택사항이 있었는데
여기 백사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며 쉬거나, 아니면 가파른 언덕을 올라 전망대를 올라갔다 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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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연히 전망대를 오르는 선택을 했다.
계단이 가팔랐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아무리 바다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높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하롱베이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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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을 등지면 전망대로 향하는 안내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우리 투어 일행 대부분이 백사장이 아닌 전망대를 선택하고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들 나와 같이 전망대에 올라 끝내주는 하롱베이 풍경을 감상하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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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잘 닦여진 넓은 돌계단으로 되어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 길은 금방 사라지고 곧 좁은 산길을 따라 일렬도 등산을 해야 했는데
언덕이 가파르고 또 돌도 여기저기 박혀 있어서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파르고 높이 오를 수록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더 절경일거라는 기대감으로 천천히 전망대를 향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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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정도를 최선을 다해 티톱섬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무덥고 습한 하롱베이 날씨에 쉽지 않은 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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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망대에서 마주한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했을 때
백사장에 머무르기 보다 전망대로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백번 천번 만번은 했다.
망망대해에 크고 작은 섬들이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내가 신선이 되어 하늘에서 내려와 하롱베이에 잠시 쉬어 간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비슷한 풍경을 어디로 가야 또 볼 수 있을지, 내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수소문했지만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그런 멋지고 아름다은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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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우뚝 솟은 섬들 사이사이로 크루즈선들이 또 바삐 오가고 있었다.
오히려 바다와 섬만 있는 것보다 크루즈 선들이 천천히 오가는 모습때문에 더 생동감 있고 재미도 있었다.
큰 배들이 장난감 배처럼 작에 보였지만 정해진 길로 잘 이동하며 많은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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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가 있는 언덕으로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 경치 삼매경에 빠진 우리 일행을 무던히 어루만지고 사라지고는 했다.
덕분에 전망대를 오르느라 한껏 열이 오른 더위가 빠르게 꺾였
눈 앞에 이렇게 멋진 풍경까지 있으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풍경을 감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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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르스트 지형’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쨌든 2천만 년 이상 긴 시간을 통해 정성들여 만들어진 하롱베이의 풍경이 나를 감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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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톱섬 전망대에서 하롱베이의 풍경을 내려다 보며
한국에서 여러 가지 일들과 개인적인 일들을 떠올리고 정리하고 또 새로운 다짐도 했다.
여행이 주는 아주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직접 체감을 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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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뿐만 아니라 같이 전망대에 오른 모든 사람들이 이 절경을 사진으로 담느라 바삐 핸드폰을 움직였다.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풍경도 찍고 일행들과 추억도 남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풍경에는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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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계속해서 풍경을 눈으로 담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추억으로 남기려 했다.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와서 전망대를 내려가야 했을 때에는 아쉬운 마음에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롱베이 투어로 구성된 3가지 체험 중에 이번 티톱섬 전망대가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드는 일정이었다.
크게 한 것은 없지만, 여기 하롱베이 천혜의 절경이 앞선 2가지 체험을 모두 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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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백사장으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백사장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또 편히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하롱베이 풍경도 진풍경이지만,
여기 백사장에서 하롱베이의 많은 섬들을 배경으로 해수욕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는 것 같았다.
세상에 어느 바닷가가 이처럼 많은 섬을 풍경으로 두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까?
강이나 호수가 아니라, 망망대해 바다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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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풍경이 정말 절경은 절경인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가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 섬을 찾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곳을 배경으로 결혼사진을 찍는다면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결혼 생활이 늘 즐거울 것만 같다.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시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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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착장으로 돌아 왔다.
나머지 일행들이 모두 선착장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광장같은 선착장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선착장에는 티톱바(Ti Top Bar)가 있어서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나름 등산을 하고 온 뒤라, 음료를 마시며 목도 축이며 지친 뉘어 체력을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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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이 다 모여 크루즈에 다시 승선했다.
가이드가 인원 체크를 한 후 다시 크루즈 배가 천천히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배에 올라 처음 앉았던 그 테이블 자리에 다시 자리해서 창 밖으로 티톱섬을 바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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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지만 강렬한 인상과 추억을 남긴 티톱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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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잔상과 아쉬움, 그리고 추억을 않
크루즈가 다시 하롱베이 여객터미널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1시간 여를 이동해야 해서 일부는 1층 실내에서, 또 일부는 2층 외부에서 저마다의 크루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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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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