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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 체험을 마치고 다시 크루즈선에 올랐다.
카약을 타며 바닷물에 젖은 바지를 말리느라 큰 선풍기 앞에 조금 서 있어야 했지만
무더운 날씨와 선풍기 덕분에 젖은 바지는 금방 말라서 뽀송뽀송해졌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질서를 참 잘 지켰고, 주어진 30분의 카약 체험을 마친 후 모두 크루즈선에서 모여 다음 투어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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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다 말라고 나와 내 선배는 처음 앉았던 자리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지는 동안, 배 안에 직원들이 테이블을 돌며 여러 기념품을 판매했다.
그 중에는 진주 목거리와 장신구도 있었는데,
이쯤되면 정말 하롱베이가 진주의 주요 생산지인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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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진주 가공장 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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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시간 후 크루즈는 다음 투어 목적지를 향해 이동을 했다.
2번째 투어 일정은 승솟 동굴을 탐험하는 일정이었다.
승솟 동굴은 카약 체험을 했던 루온 동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금방 승솟 동굴에 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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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솟 동굴 Hang Sửng Sốt
하롱베이에 있는 여러 동굴 중 하나로, 승솟(Sửng Sốt)은 베트남어로 ‘놀랍다’는 뜻이다.
1901년 프랑스인이 발견하여 알려졌고,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바닷물과 용암이 만나 형성된 동굴 안에는 신기한 모양의 종유석, 석순, 석주들이 많이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에는 군인들이 이곳에 숨어 지내면서 낙서로 흔적을 남겼는데,
동굴 탐험 중 그 흔적을 찾는 재미도 있다.
개별로 찾기에는 교통편을 정하는게 쉽지 않아, 대부분 투어로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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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섬 가까이에 다다를 수록 승솟 동굴의 규모가 서서히 드러났다.
저 멀리 동굴의 일부가 들어나 보였는데, 동굴 외벽에 이미 탐험에 나선 여러 사람들이 전망대처럼 무리지어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사진으로도 사람의 모습이 엄청 작아 잘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이곳 동굴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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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솟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 동굴 이름 ‘Hang Sung Sot’이 씌여진 큰 간판이 놓여 있었는데
숲이 울창하고 나무가 우거져서 간판이 아니었다면 쉽게 동굴 입구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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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타고 산을 올라가는 것으로 동굴 탐험이 시작되었다.
탐험에 참석한 일행들이 좁고 가파른 길을 천천히 오르면서 긴 줄이 만들어 졌다.
나무로 된 계단과 난간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입구를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덕에 많은 사람들이 가다 쉬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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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동굴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처음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나와 우리 투어 일행은 모두 큰 감탄을 자야 내야 했을 정도로 동굴은 웅장하고 거대한 모습이었다.
동굴 입구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동굴의 엄청난 규모에 모두들 놀라 각자 사진으로 이 경이로움을 담으러 애를 썼다.
규모도 규모지만,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 여러 바위와 돌의 형태가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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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안으로 계속해서 나무 데크와 계단이 놓여 있어서 동굴을 쉽게 탐험할 수 있게 해 두었다.
이 길만 잘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으면서도 동굴 여기저기를 둘러볼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안내해 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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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안으로 깊이 이어진 길을 따라 아랫쪽으로 내려가나 싶더니
다니 동굴 외부로 난 길일을 따라 굽이굽이 동굴을 올라가도록 되어 있었다.
그 길을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니 하롱베이 바다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만날 수 있었는데
아까 스루즈선을 타고 이 섬에 가까이 다가갈 때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장소가 바로 이 곳인 것 같았다.
배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이곳에 올라서니 멀리 하롱베이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전망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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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더운 날씨와 바닷가의 습한 기후 덕분에, 잠시만 걸어도 땀도 나고 숨이 찼다.
나와 동굴을 탐험 중인 일행들이 잠시나마 이 곳에서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해야 했다.
하롱베이의 잔잔한 바다와 산처럼 우뚝 솟은 바위섬들이 절경을 이루는 모습에 힘든 건 금방 잊고 평온이 금방 찾아 왔다.
너무 평화롭고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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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다시 동굴 아래로 내려가며 탐험을 이어갔다.
우리 말고도 다른 투어팀도 뒤 이어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되도록 일행이 뒤섞이지 않게 우리 투어 일행을 따라 이동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크게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동굴 모습을 감상하며 탐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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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를 잘 따라 다니면 동굴 여기저기 숨어 있는 명소를 소개 받기도 했는데
숨은 그림을 찾듯, 동굴 여기저기 숨어 있는 크고 작은 규모의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석주를 볼 수 있었다.
(사진 왼쪽 가장 아래에 우리 가이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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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안하게 생긴 바위를 보고 살아 있는 사람과 동물에 비유하는 것은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같았다.
가끔 동물과 비슷하게 생긴 암석이 나타나면 최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끌어올려 그 모습을 형상화 하려는 가이드의 노력이 절실히 나타났다.
저기 보이는 고릴라를 닮은 암석을 설명하면서는 고릴라 흉내도 내어 보이는 가이드였다.
(정말 고릴라를 닮은 암석이 맞는지는 개별 상상력에 맡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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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자세히 보면
고릴라가 앞발을 땅에 어긋나게 놓아 디디면서 막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말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승솟동굴 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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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가봤던 동굴 중에서 가장 넓고 깊은 동굴이 아닌가 싶다.
오랜 시간 동안 바닷물이 만든 동굴이라고 하니 바다가 참 고마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하게 내가 가본 동굴은 제주도의 만장굴도 엄청 크고 깊은 동굴이었지만
하롱베이 승솟 동굴이 만장굴 보다 더 깊고 큰 동굴인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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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멀리, 내가 걸어온 길을 이어서 다른 일행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동굴의 규모에 비하면 사람의 모습이 엄청 작게 보였다.
그만큼 동굴은 높고 넓고 큰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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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걷다 보니
종유석에 영어로 글씨가 씌어진 것을 발견했다.
아래에 보니 낙서를 하지 말라는 글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아, 누군가 낙서를 한 것을 예시로 보여주며 낙서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구나’싶었는데,
알고 보니 1911년, 프랑스 식민지의 베트남 시절에 이곳을 방문한 사람의 흔적을 남겨 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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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내부에는 길이 정말 잘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운동화를 신었지만, 슬리퍼를 신고 동굴을 탐험 중인 일행도 자주 보였다.
그만큼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산책하듯 걷기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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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사진에 다 담기지는 않았지만 형형색색 조명들이 동굴 내부를 비추며 만들어 내는 다양한 색감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이런 다양한 재미들이 동굴을 탐험하는 즐거움을 증가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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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서 제법 깊은 곳까지 탐험이 가능했지만
오히려 가보지 않은 곳이 더 많을 정도로 동굴은 깊고 넓었다.
이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즐거운 동굴 탐험이 되는 승솟 동굴 탐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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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에 거의 가까이 왔을 때 평평한 바위가 하나 나타났는데,
그 앞으로 맨들맨들한 돌맹이 하나와 아무렇지 않게 돈이 놓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원을 빌면 이루어주시는 것일까?
나는 현금을 얹지는 않았지만 손을 뻗어 백지 눈 앞의 바위를 만지며 맘 속 소원을 하나 빌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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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출구에 와보니 밖에서 강한 햇살이 동굴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왠지 신이 강림한다면 이런 배경과 풍경이 아닐까 싶은 모습의 동굴 출구였다.
갑자기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03)’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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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의 마지막도 다시 전망대였다.
아까 잠시 만났던 전망대와 비슷하면서도 풍경이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며 땀도 식히고 기념 사진도 찍었다.
나 혼자서도 찍고 같이 온 선배와도 찍
또 일행들과도 같이, 또 따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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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투어를 마치고는 산을 내려와 물위에 난 길을 따라 이동했다.
승솟 동굴은 입구와 출구를 다르게 만들어 뒀는데
그래서 동굴을 탐험하는 동안 반대로 오는 다른 관광객과 동선이 틀어지거나 꼬일 일이 없었다.
그 점은 동굴을 둘러보면서도 참 맘에 드는 부분이었다.
물론 뒷 따라 오는 다른 일행에 밀려 이동을 해야 했던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탐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여유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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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걸으니 출구에서 우리를 내려줬던 배가 이곳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반가운 크루즈 선에 올라 자리에 앉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동굴에서 봤던 다양한 풍경이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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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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