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따히엔 맥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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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로 맥주를 간단히 한잔 마시고 해가 질 즈음에 그랩을 이용해 따히엔 맥주거리를 찾았다.
맥주 다음에 맥주로 이어지는 아주 기가 막힌 여행 일정이었다.
어제 혼자서 방문을 했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더군다가 뜨거운 금요일 밤이었다.
젊은이들이 몰리지 않을 수가 없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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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 조차도 거리 안쪽까지 들어가는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따히엔 거리 외곽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우리도 택시에 내려서 걷는 편이 더 낫겠다며 택시를 내려 천천히 맥주거리로 이동했다.
역시나 맥주거리 입구에 도착했을 땐 엄청 많은 인파가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도 있었
부지런한 젊은이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않아 술과 금요일과 밤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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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두 번째 방문이라고,
이 모습과 사람들이 익숙하고 또 정이 갔다.
그러다 보니 어제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표정과 가게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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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혼란과 혼돈 속에 있었지만
그 안에서 질서가 있고 이들만의 방식이 있었다.
좁은 길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사람들이 지나가
테이블이 비면 또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 앉고 새로운 술과 음식을 주문했다.
저기 2018년에 ‘짠내투어’에서 다녀 간 가게도 보였는데 빈자리가 없어서 그냥 눈으로만 훑고 지나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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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에 이끌리고 밀려 이동을 하다
갑자기 빈 자리가 하나 보여서 선배와 같이 잽싸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어떤 메뉴가 있고 맛있는지도 모르고 우선 빈자리가 보이면 앉는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는데
따히엔 맥주거리의 중앙에 있는 더블원(Double One)이라고 하는 식당겸 술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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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입구에서 가게가 보이도록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계속해서 지나다니고 있기도 했
또 사진찍으로 나갔다가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파에 밀려 다른 곳으로 쓸려 가버릴까봐 그렇게 하지 못 했다.
가게 안쪽을 대신 둘러보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안주와 술을 시켜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맛을 찾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라기 보다는 분위기가 좋은 술집 같아서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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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리는 거리와 가게의 경계를 이루는, 가게의 입구에 자리를 찹았다.
그래서 테이블에 않아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금요일 밤을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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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히엔 맥주거리에는 맥주와 음식을 파는 선술집과
술을 위주로 판매하는 펍,
그리고 신나는 음악과 스테이지가 있는 클럽이 한데 섞여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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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맞은편으로는 따히엔 맥주거리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을 것 같은 클럽이 하나 있었는데
입장 시간이 아직 남았는지, 굳게 닫힌 클럽 출입구 앞으로 벌써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보였다.
길이 좁아서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가 될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누구하나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지나는 사람 없이
저 마다의 규칙을 찾아서 잘도 이동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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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세상 구경을 하고 있는데
직원이 맥주를 먼저 가져다 주었다.
나는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맥주를 주문했는데
과일향이 조금 나면서도 알싸한 맛이 느껴지는 터키 맥주 투보그(Tuborg)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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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더웠지만, 따뜻한 국물과 면이 생각나서 주문한 소고기 쌀국수
쌀국수 전문점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소고기 향이 깊게 스며든 국물이 압권인 쌀국수였다.
선배가 하노이 도착하고 아직 쌀국수를 맛보지 못 했었는데, 이것으로 되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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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주문한 백합 조개탕
양이 적지 않았는데, 맥주와 함께 조개 알을 하나씩 빼 먹는 재미가 있는 안주였다.
우리네 조개탕이랑 달랐다면, 알싸한 맛의 국물이 없었다는 점인데
특히나 매운 맛을 좋아하는 선배는 뭔가 부족한 조개탕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알갱이가 실한게, 씹히는 맛이 있는 안주여서 맥주를 마시는 동안 적당한 안주거리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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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을 거리가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마지막으로 치킨셀러드를 주문했다.
닭고기가 조금 텁텁하기는 했지만 이 마저도 맥주와 함께 먹으니 충분히 맛이 있는 안주였다.
야채가 많아서 닭고기를 다 먹고도 끝까지 남아 마지막 맥주까지 안주로서 제 역할을 다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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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 맞은편 클럽의 문이 활짝 열려 손님들이 입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 번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조금 위함하지 않을까 했는데,
클럽 가드들이 적당히 위엄을 보이고 있어서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또 속도를 조절하며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있어서 괜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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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히엔 맥주거리, 최고 핫한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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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아주 즐겁게 따히엔 맥주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며 금요일 밤을 즐겼다.
사람 구경을 하는게 대부분이었지만
또 이렇게 사람속에 묻혀 있으니 어디 엄청 유명하고 뜨거운 곳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노이에서 금요일 저녁, 어쩌면 가장 인기 있는 장소에 내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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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히엔 맥주거리를 나와 호텔을 가기 위해, 다시 큰 길가로 그랩을 잡으러 이동했다.
맥주거리를 이동하는데 갤러리가 열려 있어 잠시 구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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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학동회관 學東會館(Canton Assembly Hall)이라는 현판이 보였다.
이렇게 핫한 거리에 갤러리라니,
서울의 홍대와 서촌을 묶어 둔 동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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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이었지만 꽤 많은 사람이 갤러리를 구경 중이었다.
오래된 낡은 집을 갤러리도 활용하고 있었는데,
나는 벽에 걸린 여러 사진들 보다 이 집의 구조와 형태가 참 맘에 들어서 구석구석 구경을 했다.
마당과 정원, 그리고 뒷 뜰이 있어서 참 포근하고 따사한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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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셔 알딸딸 하겠다, 또 갤러리를 들러 눈과 마음을 정화도 시켰겠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 씻고 누울 일만 남았다.
그랩을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아무리 생각해도 참 즐겁고 행복한 하노이의 금요일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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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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